
취재를 나가면 정치인을 쉬이 보게 된다. 큰 행사라면 말할 것도 없다. 또한 그들은 하나같이 “사진을 잘 찍어 달라”고 부탁한다.
소위 사진발(사진을 찍은 데에서 나타나는 효과)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 초라한 취재비(取材費) 명목의 고료 이상으로 정성을 쏟아야 한다. 문제는 행사 전에 그 정치인이 무대에 올라 장광설을 펼친다는 것이다.
행사의 1/3이 정치인 및 이른바 방귀 좀 뀐다는 인사들의 축사와 인사 등으로 채워진다. 당연히 객석은 짜증이 난다. 재미가 없고 무료하니 하품은 기본이다.
모 야당 의원이 ‘닥터 카’ 탑승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의사 출신인 신 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명지병원 DMAT(재난의료지원팀)과 함께 닥터카를 타고 이태원 현장에 갔다고 한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출발한 닥터 카는 서울 시내에서 신 의원을 태우고 이태원 현장으로 향해 도착까지 54분(25㎞)이 걸렸다.
국민의힘은 “주행거리가 비슷한 분당차병원 DMAT(25km·25분), 한림대학교병원 DMAT(24km·21분)보다 20∼30분가량 늦었다”며 신 의원 때문에 의료진 투입이 지연됐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20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신 의원이 닥터 카에 남편과 함께 탑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 의원이 국회의원 직권을 이용해 갑질을 했다고도 비판했다. 이 뉴스를 보면서 필자는 단박 이 글의 제목인 ‘정치인과 사진발’이 떠올라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객관적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 우선 신 모 의원이 남편까지 대동하고 이태원 참사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는 것은 그 의도가 명료하다.
즉 순전히 자신의 정치력 확장과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진발’의 위력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또한 상식적인 부분에서도 그는 과잉 의전을 받았다.
병원의 재난의료지원팀 관계자들만 탑승해야 마땅한 닥터카를 함께 타고 이태원 현장에 갔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사진과 연관된 명언에 “사진은 세상의 이야기 한편을 시각적으로 남겨 기억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그때의 감정마저 느낄 수 있도록 나는 무거운 카메라의 버튼을 누른다.”라는 것이 있다.
정치인의 ‘무작정’ 촬영 요청은 신 모 의원의 경우처럼 때론 스스로 자초하는 자충수와 불상사가 될 수도 있다. 위 명언처럼 평소 무겁고 신중한 처신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