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왜 호떡집에 불이 날까?
겨울엔 왜 호떡집에 불이 날까?
  • 홍경석
  • 승인 2022.12.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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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활황으로 반전되길

동지(冬至)가 코앞(12월 22일)이다. 24절후의 스물두 번째 절기인 이날은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엄동설한의 본격적 진입로인 셈이다.

동지에 어울리는 말이 동지첨치(冬至添齒)인데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의미이다. 동지팥죽이야 어쩌다 먹는 별식이지만 호떡은 친근한 길거리음식으로도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밀가루나 찹쌀로 반죽하여 안에 설탕을 넣고 납작하게 눌러 구운 음식이라 꽤 맛이 난다. 호떡의 '호'자가 '오랑캐 호(胡)'자이며 따라서 ‘오랑캐가 먹던 떡’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과감히 치부하고 볼 일이다.

그렇긴 하되 오래전부터 우리는 “호떡집에 불났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주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소위 ‘대박이 났다’라는 의미로 차용된다. 그렇다면 호떡집엔 왜 불이 났을까?

이 말의 출처를 알자면 혐중 감정의 근원인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회귀해야 한다. 당시에 화교 배척폭동이 있었다. 원래 쌀을 주로 재배하는 한반도에서는 밀이 귀하고 사탕수수나 사탕무를 재배하지 않아 설탕이 부족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화교 상인들이 중국에서 수입해온 밀과 설탕은 사실상 중국 상인들만 취급하던 고급 식재료였다. 그즈음 중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할 때 근처에 세운 노점에서 구운 호떡은 한국인들에겐 별미이자 선물감이었다.

그처럼 귀한 별미를 독점해 돈을 긁어가는 화교 장사꾼을 보는 심정은 당연히 좋았을 리가 없었을 터. 더욱이 기름을 많이 쓰는지라 화재가 잦은 호떡 노점에 불나는 일은 그야말로 다반사였다.

하여 호떡집에 불이 났다는 것은 남의 일이자, 속으로는 어지간히 신나는 불구경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평상시에도 가뜩이나 시끄러운 중국인들이거늘 불이 나면 얼마나 더 시끄러웠을지 저절로 당시의 분위기가 떠올려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 부산광역시 해운대 일원과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첫날엔 밤에 <해운대 전통시장>에서 진짜로 ‘호떡집에 불이 난’ 집을 발견했다.

고객은 주로 젊은이들이었는데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도드라졌다. 이튿날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꼽히는 <해동용궁사>를 찾았다.

사찰 초입에는 가게가 많았는데 유독 그렇게 호떡집이 마찬가지로 ‘불이 났다’. 한 개 2천 원인 호떡은 같이 파는 뜨거운 어묵과 함께 그 집의 효자상품이었다.

겨울이면 더 맛나는 호떡 안에는 주로 계핏가루와 흑설탕을 넣는다. 종종 견과류도 잘게 부숴 넣는데 호떡은 녹은 설탕물이 흐르지 않게 하면서 먹는 기술이 필요하다.

작금 물가고와 불황으로 인해 어려운 사람이 많다. 새해엔 호떡집에 불이 나듯 모두 활황과 결실의 나날로 반전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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