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만 詩] 허리안개
[허형만 詩] 허리안개
  • 윤일선
  • 승인 2015.08.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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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낙타, 허형만 시인 '허리안개'

                                      허리안개       - 허형만 -

 
지리산 중턱을 에둘러싼

저 안개 속으로

재 한 마리 빨려 들어간다

빈 하늘에

호르르 호르르

바람칼* 날던 소리만

물빛처럼 반짝인다

내 생애의

한 줄기 자드락길*

저 허리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참 이윽하다*

 

[* 詩어 설명] 

허리안개: 산중턱을 에둘러싼 안개

바람칼: 새의 날개

자드락길: 낮은 산기슭의 비탈진 길

이윽하다: 느낌이 은근하다

 
詩評 - 강 솔 -

허형만(1945~) 시인의 시집 불타는 얼음에 실려 있는 시다. 시인은 지리산에 들어 재 한 마리 빨려 들어가는 안개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 어디에선가 바람칼 날던 소리를 듣고 있는 게다. 역동적이면서도 고요한 광경을 바라보던 시인은 자신의 삶 속에서 일궈낸 깨달음으로 돌아온다.

선경과 후정의 마음이다. 시인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자드락길즉 낡은 산기슭의 비탈진 길이었다고 고백한다.

이런 자신의 삶을 겸손하게 내어놓음으로써 자신도 허리안개로 표현되는 은총의 어디쯤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시인의 마음이 참 이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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