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27 소위 ‘전승절’(정전협정일) 행사에서 행한 연설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극도의 적대적 감정과 증오를 담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김 위원장이 윤 정부를 향해 직접 행한 첫 메시지에서다.
그는 우리 정부가 ‘력대 그 어느 보수 <정권>도 릉가하는 극악무도한 동족대결정책과 사대매국행위에 매달려 조선반도의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일,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고 한 발언, ‘한국형3축체계’ 정책, ‘미국의 핵전략장비들’이 투입되는 한미연합훈련 등을 열거하며 윤석열 정부가 대북 선제공격을 가할 경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전과 집권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칭할 때 직함 없이 그냥 이름 석자만을 부르기도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아예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충돌에도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전제가 물론 앞서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함께 이달 22일부터 새달 1일까지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정부 차원의 전시 비상대비훈련인 을지연습도 함께 실시된다. 2018년 이래 중단되어온 야외 실기동훈련도 연대급 이상으로 재개된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지역 전개’도 이루어진다. 지난 7월 2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이번 연습을 ‘국가 총력전 개념의 전구(戰區)급 훈련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상한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수천만 명이 죽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 발간 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 제임스 메티스 당시 트럼프 정부 국방부 장관은 2017년에 전쟁의 문턱까지 갔었다고 하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 80개 사용을 검토했다고 술회한다. 미 헤리티지재단이 실시한 한 시뮬레이션에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때 남북한 통틀어 1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3천2백만 명 정도의 희생자를 내리라고 예측한다. 북한 인구가 2천5백만 명이라고 하니 남한에서도 최소한 7백만 명 정도의 희생자는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된다.
어떤 경우에도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한반도에서 있어선 안 된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위한 방책은 이미 나와 있다.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 간의 4.27판문점선언과 6.12싱가포르합의가 그것이다.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제 8월을 맞으며, 우선은 남북 모두 우발적 충돌 방지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은 양측 모두 상대방의 선(先) 도발에 대한 응징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을 하다간 타죽는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고 주고받는 미중관계에도 다층적 위기관리 채널이 있다고 한다. 남북, 북미 관계엔 아직 이런 게 없다.
어떤 우발적 충돌도 있어선 안 된다. 상황관리에 필요하다면 우리도, 그리고 미국도 중국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심재권 페이스북(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