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칼럼] ‘까만백조’라니
[효산 주광현칼럼] ‘까만백조’라니
  • 고성중 기자회원
  • 승인 2015.07.04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고성중 기자]  새로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조어(造語)라고 한다. 조어(造語)를 만들 때는 논리적이고 이치에 맞아야 한다.

국문학 연구소장 주광현
조어는 누가 만들어 내는가? 조어는 크게 세 가지 탄생 유형(類型)이 있다. 첫째는 작가나 전문 지식을 가진 학자들이 만든다. 둘째는 조어 만든 자를 모른 채 세상에 유포(流布)된 것이다. 셋째는 방송에서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다.
 
둘째의 경우는 알게 모르게 새말(新語)이 언중(言衆)속으로 스며들어가 원형(原型)대로 유지되거나 속담처럼 언중에서 고쳐지고 다듬어지면서 뿌리를 내리고 활착(活着)하여 언어적 기능을 갖는 것이다.

2015년 7월 3일 오전이다. 승용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하는 방송이 낯설게 들렸다. 조어를 만난 것이다. 조어 유포(流布)에 있어 방송만큼 센 위력은 없다.

방송내용은 대강 이렇다.

어디서는 ‘까만백조’가 나타나고, 또 어디서는 ‘하얀까마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장소도 어디라고 구체적으로 말한 것 같은데 운전 중인 데다 신조어가 너무 자극성 있게 다가와 장소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더니 아래와 같이 안동에서 ‘하얀 까마귀’가 발견 됐다고 한다.

“‘천년에 한번 볼 수 있다'는 전설 속의 새인 흰까마귀가 최근 안동에서 발견돼 화제다.

22일 최초 발견자 이경희(35.안동시 길안면)씨에 따르면 최근 안동시 길안면 오대리에서 수 백 마리의 검은 까마귀 떼와 함께 있는 흰까마귀 1마리를 발견했는데 다른 까마귀들의 공격과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무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흰까마귀는 지난달 말부터 나타난 것으로 주민들 사이에 전해져 오다 최근 전문가들이 이를 확인했다. 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 흉조로 알려져 있으나 중국에서는 흰까마귀가 출현하면 황제가 나서 제사를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희대 윤무부 교수는 최근 며칠간의 잠복 끝에 촬영에 성공한 흰까마귀 사진을 오는 23일 공개하고 직접 목격하고 촬영한 자료를 토대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종인 두 종류의 조류(鳥類) 이름에 호기심이 일었다. 먼저 ‘까만백조’부터 보자.

백조((白鳥)는 ‘고니’라는 새이다. ‘까만백조’는 돌연변이를 일으켰든지 다른 원인, 즉 멜라닌(melanin)이 원인으로 작용 되었든지, 아무튼 모양은 백조‘인데 색깔은 ’까맣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조’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백조((白鳥)는 흰 백(白)자에 새 조(鳥)자로서 ‘털이 하얀 새’를 말한다. 그런데 ‘까만백조’라면 어찌되겠는가? ‘까만흰새’가 되지 않겠는가? 이는 언어적 모순(矛盾)이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이른다.

다음은 ‘하얀까마귀’이다. 모양새는 분명 까마귀인데 ‘흰옷’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까마귀’는 깃털 색깔이 까맣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따라서 이 역시 ‘하얀까마귀’는 색깔로 보아 자가당착(自家撞着)에 이른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된 대로 이 이름은 전문가도 인정을 하는 것 같다. 돌아가는 추세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개운치 않다. 분명히 옷 색깔로 이름을 지은 새들인데 색깔의 모순(矛盾)을 그대로 안고 불러야 하는 가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름과 반대인 색깔을 갖고 태어 난 이 새들의 이름을 뭐라고 지어 주면 좋을 것인가?

이 또한 조어(造語)이니만큼 한번 깊이 있게 고민해 봄직한 일이라고 본다.

2015. 7. 3.

잘 모르는  맞춤법 띄어쓰기 낱말 문의

한국시민기자협회 국문학 연구소장 주광현 010 9430-403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