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애틀에 계시는 권종상님이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쓰신 글입니다
[사회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잠깐 앉아 있었을 뿐인데 벌써 10분이 날아가 버린 점심시간. 30분의 점심시간은 참 짧습니다.
그 사이에 이런 저런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하여 글을 쓰고, 올리고 하는 작업을 해 온 것도 벌써 몇년째인듯 합니다. 일요일과 비번날을 빼면, 대부분의 제 글이 쓰여지는 시간은 점심시간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정해진 점심시간을 저도 모르게 넘겨 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그럴 때면 길에서 가질 수 있는 잠깐 동안의 짧은 휴식 시간을 쓰지 않고 쉬지않고 일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그래야만 하는 것이, 몇년 전부터 우리가 가지고 다녀야 하는 장비들 중엔 늘 GPS 정보를 본부로 쏘아주는 전화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관리자 차원에서의 감시가 가능해진 것이죠.
기술이 발전될수록 이런 감시가 가능해집니다. 물론, 정말 양심없는 일부 우체부들이 점심시간이며 쉬는 시간을 악용하여 일도 안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그런 것들이 지역 방송국에서 일종의 몰래카메라에 잡혀 우체부들이 망신을 산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꼭 이래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유럽에 대면, 미국의 점심시간은 많이 빡빡합니다. 이같은 일은 미국이 가진 독특한 프래그머티즘 문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점심 문화가 미국 사람들에게 비만을 유발한다거나 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임금에 대해 철저한 시간적 계산을 하는 미국의 문화상 이런 것들이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 같은 걸 선호하게 되고, 아내는 열심히 샌드위치를 싸 주지요.
뭐, 그래도 이렇게 점심시간을 빡빡하게 갖기 때문에 좀 저녁다운 저녁을 먹고 싶어지고, 그래서 아내와 함께, 또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저녁 시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거겠지요.
어쨌든, 비오는 월요일,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시애틀 거리를 걷던 우체부의 30분은 참 소중합니다. 잠깐동안 카페에 쉬러 들어와서 얼굴을 익혀 놓은 바리스타들과 눈웃음을 나누며 잠깐 몸을 녹이고 나서, 저는 월요일의 빡빡한 일거리들을 다시 소화하러 나가야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노랗게, 샛붉게 보이는 단풍, 그리고 이제 땅바닥을 덮은 낙엽 위를 걸으면서 우체부는 이른 오후 한 때 지친 몸을 잠깐 쉬고선 다시 길로 나섭니다. 11월의 시애틀은 조금은 쌀쌀합니다. 이제 곧 추수감사절이 오겠군요. 이번 주말엔 추수감사절 준비를 위해 칠면조를 사다가 훈제를 맡겨야 할 듯 합니다. 참 시간이 빠릅니다. 벌써 이렇게 11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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