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겨울에는 유난히도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렸다.
아무도 걷지 않은 소복한 눈밭을 보면 서산대사의 한시이며,
백범 김구 선생이 가장 좋아하셨다는 그 구절이 생각난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오늘 후배들이 어렵지 않게 눈길을 걸을 수 있음은
앞서 간 선배들이 차가운 눈 속에 발을 푹푹 빠져가면서
지난한 길을 걸었기 때문일 터.
혹시 그 행보가 늘 가지런하지 않았다 해도 선배의 노고를 폄하할 수 있을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